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고양이진료를 하다 보면 바로 답변하기 힘든 질문을 하는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이러한 궁금증은 대개 고양이의 이상행동에 대한 부분으로 경험이 많은 보호자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안 그랬던 고양이들이 벽만 쳐다보고 있거나 밤에 울음소리가 많아지는 경우, 화장실 모래를 먹는 경우 등이다. 

이전 칼럼에서 포식자이자 피식자이기에 자기 약점을 절대로 보이지 않는 작은 호랑이로서의 고양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는 ‘언제라도 잡아먹힐 수 있는 피식자의 본성에 기인하며 고양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실제로 정말 아파서 그런 것이고 이렇게 티가 나기 훨씬 전부터 미묘한 행동학적인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미묘한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위에서 예를 들었던 증상들은 치매, 갑상샘기능항진증, 고혈압, 신부전, 미네랄·비타민 결핍 등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행동학적 변화다. 

특정질환에서 더 많이 관찰되는 증상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행동반경(특히 수직으로 이동)이 줄거나 쉬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루밍(자기 털을 스스로 핥는 것)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아파하는 고양이는 어떨까?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며 사람이 아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고양이도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급성통증이 있을 때 고양이가 보일 수 있는 행동은 한 자세로 오래 있지 못하고 자주 자세를 바꾸거나 특히 복통이 있는 경우 배를 웅크리는 모습을 보인다. 

또 얼굴표정을 읽을 수 있으면 좋은데 고개를 떨구고 귀 또는 수염을 뒤로 젖히고 입을 오므리거나 눈이 반쯤 감기고 양쪽 눈을 ‘V’자 형으로 찌푸릴 때 통증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급성통증은 극명한 편이며 대부분 외상이나 수술 후 쉽게 관찰되고 적극적인 진통처치가 필요하다. 

반면 만성통증의 경우 관심이 없으면 알아차리기 힘든 미묘한 변화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신질환이 만성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라도 쉽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함께 생활하지 않는 친인척, 친구 등에게 반나절 또는 하루라도 지켜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만성통증으로 수반되는 증상은 결론부터 말하면 평상시와 다른 모습이면 어떤 것도 해당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잠자는 시간이 늘고 수면주기가 바뀌며 안 그러던 고양이가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이고 이전보다 노는 빈도가 줄어든다. 또 식욕이 감소하며 먹고 자고 싸는 일상적인 생활패턴에 변화가 오고 화장실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각각의 증상과 실제 통증정도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지만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만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관찰되면 주저하지 말고 고양이 주치의와 상담해보라.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 역시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삶의 질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231835342&code=900303#csidx848cd17a75febeeb1ddee5e8d7cdc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