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죽전동물메디컬센터 원장

포도가 많이 나는 계절에는 반려견이 포도나 포도껍질을 먹었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포도는 사람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만 강아지가 먹었을 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포도를 먹은 기간, 섭취량과 증상발현과의 관계, 포도가 어떤 기전으로 신장손상을 일으키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도는 커피나 양파처럼 강아지에게 위험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포도중독은 중독물에 의한 질병진행속도를 예측할 수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만 4개월령의 비숑프리제 땅이가 죽전동물병원에 응급으로 실려왔습니다. 원인은 포도중독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이었습니다. 

혈액검사 상 신장수치가 모두 정상범위 이상으로 상승해 있고 식욕은 있지만 반복적인 구토와 무기력증을 보였습니다. 급성세뇨관손상으로 인해 오줌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빠른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오후 3시에 투석을 위한 카테터가 장착되고 CRRT를 이용한 투석이 시작됐습니다. 빠른 속도로 인해 사람보다 작은 동물에게는 사용이 어렵고 마취를 동반한 치료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기존 혈액투석기와 달리 CRRT는 1/10의 느린 속도로 혈액투석을 진행하고 신장기능을 보완하면서 전해질 및 산염기의 균형도 조절되기 때문에 소형견이나 고양이에게도 마취 부담 없이 투석할 수 있습니다. 

CRRT 기계에 연결해 천천히 체내성분과 비슷한 환경으로 투석을 진행했습니다. 일정한 시간마다 신장수치를 확인했는데 빠르게 신장수치가 내려갔습니다. 또 오줌이 제대로 생성되는지 확인했습니다. 약 8시간 정도 투석 진행 후 확인해보니 신장수치가 정상범위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투석을 받은 후 최근 다시 병원을 찾은 땅이의 상태는 매우 좋았습니다. 혈액검사 상 상승해있던 신장수치도 정상범위로 돌아왔고 활력도 넘쳤습니다. 검사 후 땅이는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불과 생후 몇 개월만에 정말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다시 건강해져서 참으로 다행입니다.